최근 서울에서 시행되는 배달약 서비스, ‘닥터나우’의 여론몰이가 매섭습니다. “진료는 원격으로 조제와 투약은 배달”로 해준다 광고하는 서비스는 기술 첨단을 달려가는 현 시대와 맞물려 얼핏 그럴 듯해보이지만, 이는 단순한 효율 논리 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최두주 / 前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 역임,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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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을 포함한 보건의료 재화는 기성품과 달리 국민을 위한 공공의 성격을 가집니다. 적절한 사용은 사람을 살리지만, 자칫 잘못하면 한 사람의 건강, 생활, 나아가 생명까지 해칠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정책이나 서비스는 설계부터 편리성보다는 안전성과 공공의 복리증진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야 합니다. 외부에서 보기에 보건의료 분야가 다소 정체되어있고 혹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높은 안전성이라는 전제가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약학대학에서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윤리와 소명정신을 강하게 교육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가까운 일례로 지난날 코로나19로 공공마스크를 보급할 때 전국 약국들이 발벗고 나선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심각한 경영난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수만명의 약사 회원이 최전선에서 그 큰 희생을 감내한 것은, 우리 약사가 국민의 안전과 방역을 위해 전문가로서 책임을 맡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대면 약배달의 경우는 공공마스크와는 차원이 다르게 위험하고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안전한 투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면복약지도를 불완전하게 함은 물론, 잘못된 약품 전달이나 투약의 경우 방지대책과 책임소재가 모호해져 그 악영향이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2020년 한해동안 ‘소비자민원평가대상’이 국내 200여개 기업이 받는 민원종류를 분석한 결과, 택배부문 지연과 분실이 민원의 33.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 중 택배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조차 지연과 분실이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시행한 적 없는 약 배달은 더더욱 높은 빈도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약배달을 중개하는 것은 수익을 최우순순위로 하는 민간플랫폼기업입니다.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사업은 우선 편리함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후 수수료 인상 및 관련정책 입안을 통해 각 분야에 파멸적인 영향력을 행세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익이 희생되고 안전대책 미흡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이미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약 배달 기업이 늘 이야기하는 것이 아마존(Amazon)의 필팩(Pillpack)입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대기업이 이러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차를 타고 30분 이상 나가야 약국이 존재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엔 5분만 걸어도 방문할 수 있는 약국이 있을뿐더러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도 국민의 안전과 개인정보 관련해서는 늘 문제가 있어왔습니다.

미국 개국약사회(NCPA: National Coummunity Pharmacists Association) 관계자의 필팩(Pillpack) 관련된 이전 인터뷰를 보면, 환자가 약 배달을 위한 개인정보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배달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했습니다. 환자의 개인정보와 안전이 동시에 위협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선례만 보아도 민간 기업의 약배달 시장 진입이 얼마나 많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 23조에 의하여 건강에 관한 정보를 ‘민감 정보’로 보고 있습니다. 민감 정보에 해당하는 환자의 의료, 처방전정보가 이윤 추구를 위한 민간기업에 의해 수집되고 관리된다는 점은 매우 큰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매우 미비할 뿐 아니라, 악용되거나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닥터나우는 전화번호, 이름, 주소부터 병력, 진료내용, 가족력, 생활패턴까지 매우 상세한 정보를 대거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자사의 ‘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 광고에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수집된 개인정보가 수년 동안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영리적 민간기업이 이를 활용할 시, 악용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환자들의 병원방문과 투약이 조심스러워졌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약사 네트워크를 이용한 다제약물관리사업, 세이프 약국 및 기존 여러 방안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융합, 개선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하여 약사회가 지속적으로 건의 중인 처방전리필제 등 선진적인 정책 도입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닥터나우의 사업이 코로나 사태에 한시적으로 허용된다고 하나, 모호한 용어 해석과 사전 대처의 미흡으로 인해 이 정도까지 진행되게 된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합니다.

더하여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이 고려되는 현 상황에서, 약 배달의 근간이 된 보건복지부 고시의 해석과 적용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대안을 강구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늘 최악을 생각하며 대비해도 언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이는 훨씬 더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각 시도지부와 대한약사회는 회원의 바른 목소리가 기업논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국민의 건강증진에 회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