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서울 적십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40 명의 진료과장단 (거창 12명, 서울 28명) 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의 핵심인,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당사자로서 이 사태의 책임은 정부의 분별을 잃은 정책방향과 무리한 추진과정에 있음을 분명히 하며, 전공의와 의대생의 단체행동을 적극 지지하는 바임을 선언한다. 수많은 의료계의 간절한 외침에 더하여, 실제로 공공의료의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인 우리들도 정부의 정책이 모순이 있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이 성명서를 작성한다.

현재의 공공의료의 문제점은 의사 수 증가로 개선되지 않는다. 이것은 2018년도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도 실려있던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지역별 의사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취약지 의료 수가를 신설하여 의사를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공의료병원을 포함한 인프라의 확충 및 의료수가 정상화 등 제도적인 개선을 통하여 기존의 의료인력을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흡수하는 방법이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훨씬 효율적인 방법임에도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오로지 공공의대 설립에만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닌 의료자원 분배의 문제다. 적십자병원조차 대표적 기피과인 흉부외과 전문의를 고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이번 정책이 진단 내린 공공의료의 문제점과 치료 모두 잘못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드러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가 아직도 많다. 환자 본인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가인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분들을 매일 같이 마주한다. 그럼에도 본인의 경제적 상황을 탓하며 오히려 저희에게 미안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 상황이 이럴진대 한방 첩약을 건강보험에 적용하겠다는 이 정부의 무책임함에서 악의조차 느껴진다면 우리의 단순한 오해일까. 국민들의 피땀어린 보험료로 조성된 보험재정이 안정성, 유효성, 경제성 무엇 하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쓰인다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을 생각하는 위정자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임을 진언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서로 돕자는 박애의 적십자 정신을 가득 담아 마지막으로 간곡히 요청한다. 실패할 것이 명약관화한 4대 의료 개악을 지금 당장 완전 철회하고 진심으로 어려운 국민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란다. 또한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학에 매진할 수 있게 공권력을 동원하여 탄압하는 행동을 멈추어주시길 바란다.

2020년 9월 3일

강석우 강욱 공용택 김동준 김안택 김연호 김영선 김예찬 김장우 김재석 김평순 노해정 박상민 박우찬 백주희 성원섭 송정훈 신승환 오수진 유자영 유하연 윤형근 이수진 이영수 이용대 이종석 이종유 이지영 임춘근 정윤서 조민정 최대종 최은아 최태영 최현경 최현길 추교운 하종수 홍영상 황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