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환(사진) 교수가 조현병 환자를 위한 국가 의료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몇 년 전부터 조현병은 한국 사회의 이슈로 떠올랐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대한 보도가 늘어난 탓이다. 보도가 늘어났다고 해서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수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조현병은 평생유병률이 약 1%로 그 발병 원인은 유전, 환경, 생물학,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유전적으로 100% 동일한 일란성 쌍생아에서도 발병 일치율이 약 50% 정도이다. 즉, 이 병의 원인을 전적으로 유전적이라고 말하기도 환경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이다.
 
이승환 교수는 언론 보도의 특성을 문제 삼았다. 건강한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도 술에 취하면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르지만, 이런 사건은 뉴스로 크게 보도되지 않는다. 반면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뉴스거리가 된다는게 이승환 교수의 분석이다. 이승환 교수는 이러한 보도를 조현병 환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이자 불공정한 편견에 근거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조현병 환자들의 대다수가 순종적이며 사회성이 떨어지고, 공격성을 관찰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는게 이승환 교수의 설명이다.

물론 환자들이 관리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약물의 순응도가 감소(약 미복용)하면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음은 인정했다.

이승환 교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국가의 심도 깊은 고민을 강조했다. 현재 환자의 인권 문제로 조현병 환자가 정신 병동에 입원하는 것의 절차는 매우 복잡하다.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많은 환자들이 사회에 그대로 방치된게 현실이다.

결국 의료시스템의 문제라는게 이승환 교수의 결론이다. 조현병 환자를 관리할 인력과 공간 등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열악한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조현병 환자의 관리 책임은 온전히 환자의 부모가 짊어졌다. 하지만 부모가 영원하지 않는 한 조현병 환자는 홀로 남겨지게 된다.

이에 대해 이승환 교수는 "국가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가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의료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데,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사건에 대한 뒷수습보다 예방 차원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옳은 일이라는게 이승환 교수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