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아침 국회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원급은 만성질환 관리, 종합병원 · 병원급은 전문병원 · 재활병원으로 기능을 분화해 전문화할 생각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 희귀난치성 질환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그 출발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즉 주치의 제도이다.”라고 밝혀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곧 주치의제를 뜻하는 것임을 공식화했다. 또한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만성질환관리제(이하 만관제) 시범사업에 대해서 "이미 800~900여개의 1차의료기관에서 만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스스로 의사를 표명했다. 점차 확대되면 의원도 살아남고 국민건강증진도 기여하는 제도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해 현재 진행하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역시 주치의제 정착을 위한 도구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만관제 시범사업 추진을 복지부가 공식화 했을 때, 많은 의료계 단체들에서는 이 시범사업의 문제점들과 정부의 숨은 의도를 지적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원격진료 시행의 위험성, 의료비 절감 목적으로 운용되는 케어코디네이터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의 소지 등의 문제와 함께 만관제 시범사업이 주치의제를 위한 과정임을 여러 단체에서 경고했으나 복지부와 의협 등은 이를 부인하였다. 그런데 만관제가 곧 주치의제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해서, 그 동안 정부가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 전체를 철저히 속여 왔음이 증명되었다. 이에 대한의원협회(이하 본 회)는 의료계를 기망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지금까지 의료계가 주치의제 시행을 거부했던 이유는 저수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주치의제가 시행되면, 신규 개원이 어려워지면서 계층 갈등의 우려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정부가 주치의제를 추진하려고 하는 목적이 의료비 절감에 있다면, 이는 곧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인두제 적용이라는 지불제도 전환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수가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부가 최근 가치기반지불제로의 지불제도 전환을 시도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박능후 장관이 만관제가 곧 주치의제를 의미하는 것임을 밝힌 이상 만관제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정책이 되었다.

최근 문케어 시행 이후 건보 재정이 적자 전환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정부는 건보 재정 안정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기능 전환 정책을 통해 급성기 병상수를 줄이고, 커뮤니티케어를 통해서 요양병원의 확대를 억제하면서 주치의제를 염두에 둔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하여 일차의료기관의 의료비 발생도 억제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모두 건보 재정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저수가 개선은커녕 오히려 비급여를 급여화 하면서 기존 수가보다 훨씬 낮은 수가를 책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건보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 의료계의 예상대로 문케어는 실패한 정책임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앞으로 더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케어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추가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언급 없이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기능 전환 정책, 커뮤니티케어, 주치의제 및 만관제 등의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이 정책들이 문케어 완성을 위한 도구이자 건보 재정 안정화를 위한 도구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케어 완성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위 정책들은 반드시 저지해야 하며, 일차의료기관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만관제를 반드시 반대해야 한다.

만관제 시범사업 시행 초기에 만관제가 주치의제를 위한 도구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었지만 당시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정부의 말만 믿고 시범사업 참여를 강행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의 수가 늘어나자 이를 가지고 일차의료기관들이 마치 주치의제를 원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정부의 거짓말에 철저히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만관제 시범사업의 진짜 의도와 정부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의 명분이 없음을 인정하고, 정부에 속아 회원들에게 시범사업 참여를 독려한 것에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즉각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를 철회하고, 정부의 기망 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강력한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최근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 요구가 정부에 의해 묵살되자 의협은 정부와의 모든 대화 창구를 닫고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대화 창구는 닫으면서도 시범사업 참여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투쟁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박능후 장관의 입을 통해 만관제의 숨은 거짓말이 드러난 상황이기에 의협은 만관제 뿐만 아니라 모든 시범사업 참여까지도 철회해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시범사업 참여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의협이 외친 투쟁은 진실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본 회는 그 동안 거짓말로 의료계를 기망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박능후 장관의 진심 어린 사과와 만관제 시범사업 백지화를 요구한다. 또한 의협과 시도의사회에는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 철회 및 정부에 속아서 회원들에게 시범사업 참여를 독려한 잘못에 대한 대회원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본 회는 이러한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며, 앞으로 정부뿐만 아니라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 내부의 잘못된 행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9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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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의료 국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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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한 의 원 협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