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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오징어 게임 속 강제 장기적출을 마주할 용기

장석기 기자 / sciencemd@daum.net
승인 21-10-21 08:00 | 최종수정 21-10-21 08:00  
 

오징어 게임은 개봉 이후 4주간 전 세계 약 1억 4200만 가구가 시청했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이유로 극한의 상황을 마주한 인물들의 치밀한 내면묘사와 배우들의 연기력을 꼽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탁월한 심리묘사로 극 중 게임 장소에 잠입한 경찰 역을 맡은 위하준 배우가 게임에서 패배한 탈락자들 중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잘 드러난다. 그가 느낀 내면으로부터의 충격은 브라운관을 넘어서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강제 장기적출 장면은 실제로 중국에서 20년간 이어지고 있는 사건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내가 절개했을 때 몸부림쳤으며, 상처에서 피가 나왔습니다. 상처에서 피가 난다는 것은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장 지역구 병원의 전 외과 의사였던 엔버 토히티(Enver Tohti)가 영국 및 유럽의회에서 증언한 내용이다. 엔버 토히티의 위 증언은 극 중 위하준 배우가 마주한 충격과 닮아있다.

 

2019년 6월 런던의 독립법정인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에 관한 특별재판소(China Tribunal)’ 판결이 있었다. 이는 (구)유고슬라비아 국제전범재판소 검사로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기소를 주도한 제프리 니스 경의 주재로 진행되었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 문제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1년 06월 14일에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특별 보고관과 유엔 산하 임의구금에 대한 실무그룹 위원들이 유엔 제네바 사무국에서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 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파룬궁 수련자, 티벳 불교인, 가정기독교인, 위구르 족 등 양심수 및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 장기적출 문제는 영화보다 끔찍한 현실이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게임 참가자인 의사가 게임 진행 요원과 탈락자 중 살아있는 자의 장기를 은밀히 적출한다. 중국내에서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20년 세계의사협회(WMA)총회에서도 이러한 이식관련 범죄의 특징으로 반드시 의료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의료계를 악용한 이러한 반인륜적 범죄가 중국내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악의 평범성’을 생각해본다. 아이히만은 히틀러 직속으로 소위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는 총책임자 힘러(Heinrich Himmler)의 지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부하였다. 1960년 아이히만이 체포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그가 포악한 성정을 가진 악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반대로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적 갈등 없이 조직체의 효율을 위해 기술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고 하였다.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강제 장기적출이라는 반인륜적인 범죄도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안에서 단계적·분업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조직화된 분업 체계 하에서 그 일부를 담당하는 사람은 그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희석될 수 있으며, 기술적이고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쉽게 ‘악의 평범성’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 의료계가 이에 대해 자성해야 하는 단초가 되어야 할 뿐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앞서 언급하였듯 세계의사협회(WMA)총회에서 이식 관련 범죄의 특징으로 의료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시하고, 이식 관련 범죄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성명서 및 권장 사항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의료계는 이 문제에 대해 공론화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깨어나야 한다. 이는 어쩌면 악의 평범성에 빠져있을 중국 내 의료인을 향한 간절한 외침이며,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성과 단속이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하나가 더 있다. 오징어 게임에는 게임 탈락자 중 살아있는 자에 대한 장기 적출과 이를 운반하는 장면은 나오나 그 이후의 문제는 나오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장기를 전문적으로 매수하는 기관이 있다면 어떠한가. 그리고 이러한 장기를 이식받는 환자의 문제 나아가 이식용 장기가 살아있는 자로부터 적출되었단 사실을 알고 이식받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중국 내 강제장기적출의 문제는 중국 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적출된 장기를 다양한 형태로 이식받음으로써, 또 그렇게 구득한 이식용 장기를 통한 의료기술의 연수·협업·의학 연구 등을 통해 장소를 초월하여 여러 방식으로 뻗어 나감으로써 이러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가담하게 만든다.

 

2020년 4월 한국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이식법’으로 약칭)개정을 통해 국외에서 장기 등을 이식받은 사람은 귀국 후 관련 서류를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에 제출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였다. 개정 목적은 해외 원정장기이식에서의 장기 구득의 윤리성 및 적법성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문제되어 온 일부국가로의 원정장기이식, 특히 중국 내 양심수 및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 장기적출이라는 비인도적 범죄에 우리 국민이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2021년 2월 중국의 강제장기적출 문제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여 인체조직의 수입을 제한하는 의료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 문제에 대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 스스로에게 반문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것인가.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 회장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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