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영상의학회는 보건복지부가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을 발표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한방 첩약의 건강보험 급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현대 의학의 기본은 근거기반 의학이며, 근거가 있어야 환자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전제는 한의학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신의료기술과 신약에 대한 평가에서 과학적인 근거가 요구되는 이유는 그것이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의료의 최소한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신의료행위, 약제에 대해서도 급여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근거를 요구하는 이유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진정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에 우선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첩약 급여 시범사업은 이런 과학적 근거를 충족시키지 않고 있다.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보고서에서는 첩약의 안전성,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하였다. 중국 논문을 인용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을 다국적 대규모 임상 3상 연구와 동등한 근거로 비교할 수는 없다. 임상연구를 진행하지 않아 근거가 불충분하고, 포함된 재료가 표준화되지 않았고, 유통이 투명하지 않아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인지 알 수 없는 첩약을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도덕적 해이인데 여기에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은 지금도 건강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중증질환자들을 생각하면 정부의 성급한 급여화 추진은 건강보험의 기본 취지를 망각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금도 건강보험 재정은 결코 넉넉하지 않다. 실제로 2년 전 문재인케어로 급여 확대가 된 뇌, 뇌혈관 MRI의 경우 두통, 어지럼에 대한 급여 범위가 최근 축소되었고 본인부담금이 크게 인상되었다.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 행위에도 재정 부족으로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데 의학적 근거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첩약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의료인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첩약 급여화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 07. 02.

대한영상의학회